16 06 2014
길었던 회사 생활 끝
한… 4년 근무했나? 짧았다면 짧았고 길다면 길었을 이번 직장 생활을 접고 이번에 퇴사를 하게 되었다. 아래에 적혀 있지만, 퇴사가 퇴사가 아닌게 함정
사실은 퇴사 생각은 제법 예전부터 해 왔기 때문에 미리 회사에 7월 말 ~ 8월 초순 사이에 그만두겠다고 미리 밝혀뒀고, 그래서 그 즈음에 퇴사하는 형태로 가려고 이것저것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보다도 먼저 회사가 폐업을 하는 상황이 되었다. 잠깐, 저번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던거 같은데 회사 브레이커 (…)
원래는 6월 30일에 폐업이 결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미투데이의 마지막 서비스날인 6월 30일에 《미투데이의 마지막 서비스날, 제가 다니는 회사는 폐업합니다》라고 드립 반 현실토로 반(…) 이따위 포스팅을 할 계획이었는데-_- 내부 사정이 좀 꼬이면서 그것보다도 일찍 폐업하게 되었으니 세상 참 모를 일이다. 누가 보면 마치 내가 창업한 회사 내가 폐업시키는줄 알겠네 사실 개드립 못치게 된게 제일 슬픔
온라인 상에는 나와 밀접한 신변에 관련된 이야기, 특히 나 자신과 밀접하게 관련된 이야기는 가능하면 삼가는 개인적인 정책(?)상 지금까지 이런 글을 쓴 적이 없었는데, 블로그라는 내 공간도 오픈한 겸 이 포스팅에는 소통의 방안을 닫아두고 몇자 끄적거려 보려고 한다.
사실 회사 자체보다는 일 자체에 불만이 없지는 않았지만, 내가 항상 생각하는 것이 《회사가 나를 키워주지 않고, 내가 나를 키워야 한다》이기 때문에 그걸 가지고 미워한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는데 작년 중순~말에서 올해 초까지 이어진 영등포에서의 프로젝트 기간 중에 잠도 잘 못자고 건강을 많이 잃어 소화불량 등 잡병에 시달리고, 그 와중에 심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모 사건(미친들은 기억하고 계시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여기서 굳이 언급하진 않겠지만, 댓글 닫고 끄적여놨던 그 글이다)을 겪고 몇달동안 헤어나오지 못해 많이 고생했다. 그 와중에 전보다 술도 많이 마시게 되어서─그래봤자 하루 맥주 한캔이지만=_= 이 당시 동생은 일주일에 한두캔 마시던 형이 갑자기 맥주를 500ml 한캔씩 매일 밤마다 마셔대는걸 보고 걱정도 했었다─ 안그래도 망가지기 시작한 몸이 더욱 피폐해진 것이 퇴사를 생각하게 된 가장 큰 요인이었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하루 맥주 500ml 정도가 뭐가 문제인가 싶기는 한데, 피곤한 몸을 이끌고 벌개진 눈을 치켜뜨면서-_- 맥주 한캔을 비우고 바로 잠드는 생활 자체가 문제였던게 아닌가 생각한다. 한마디로, 몸은 금방 쓰러지도록 피곤한 와중에도 강박적으로 몸을 일으켜 맥주를 마시고 잠드는 생활을 몇달간 반복했다)
업무 자체에 불만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위에도 적었듯이 《회사가 나를 키워주지 않는다》가 내 지론이고 그래서 그걸 갖고 불만을 표출했다던가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스스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고, 나를 키워줄 수 없는 업무를 계속 처리하다 보니, 반대로 내가 나를 키워줄 그 《시간》을 얻기가 그렇게나 힘들었다. 지금까지 공부하겠다고 벌려놓고 결국 사정상 중간에 접은게 한두개가 아니다.
지금은 뒤늦게나마 다른 공부를 하고 있는데, 이번엔 생각보다 재미를 느끼고 있어서 다행이다. 듬성듬성 공부하고 있지만, 그런대로는 꾸준히 하고 있으니 다행이다. 물론 이게 취직에 도움이 되냐고 물어보면 사실 잘 모르겠다. 사실 목적이 취직에 있는 것도 아니긴 하다.
퇴사를 하고 좀 긴 기간─약 2~3개월 정도─동안 쉬고 이후 취업전선에 뛰어들려고 생각했었는데, 사실 취업 자체도 걱정이 많이 된다. 과연 취업에 성공해서, 집구석에 얹혀 사는 주제에 돈이라도 부족함 없이 버는 부끄럽지 않은 자식이 될 수 있을까 그리고 솔직히 결혼은 할 수 있을까(응?) . 《나를 키워줄 수 없는 업무》를 몇년간 해왔기 때문에 재취업할때 내가 내세울 만한 것이 거의 없다. 이건 당분간 쉬면서 조금씩 키워나가야 하겠지, 하는 안일한-_- 생각을 하고 있다.
다음에는 SI 업체는 피하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하다. 사실 우리 회사는 SI 회사가 아니기는 한데, 중간에 자금난으로 SI도 함께 병행하게 되었으며-_-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게 가장 최악의 선택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사실 그 와중에 내 업무가 SI는 아니었기는 하다=_= 여하튼 지금까지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역시 나를 계속 키워나가야 하겠지.
어쨌건 이제 수는 또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남들에게는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또다시 나름대로는 최선의 수를 생각해내서 움직여야지. 나 자신에게 《너 이새끼, 힘내라. 너 이새끼, 화이팅》하고 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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