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04 2014
분양소에는 왔지만 차마 뭔가를 할 수가 없었다
오늘은 어쩌다가 시청역 서울시청 광장을 지나게 되었다. 사실 별다른 생각 없이 그냥 발 닿는 대로 걷다보니 도착한 거였는데, 이번 세월호 침몰 사건의 사망자들을 추모하는 분양소가 마련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보자마자 가슴 한켠이 짠해져서 꽃이라도 하나 바치고 돌아갈까 하다가 그냥 돌아섰다. 뭐랄까, 저들에게 느끼는 일시적인 미안함을 여기에 소비하고 돌아서서 잊어버리는건 그들을 위하는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달까. 물론 그렇다고 그곳에서 조의를 표하고 헌화를 하고 돌아가신 분들을 폄하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표현하는 방법이 다르다고 하는 편이 맞는거 같다.
처음엔 단순한(그러나 수많은 인명이 희생된) 사고라고만 생각했지만, 파면 팔수록, 까면 깔수록 수많은 문제점이 드러난 이 사건은, 지금 와서 다시 보면 누구 말마따나 인재(人災)요 관재(官災)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사건이 되었다. 그러나 정부와, 그 정부와 결탁한 언론들이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이 사건을 어떻게든 무마하고 덮고 지나가려 할 것이고, 결국 수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을 잊게 될 것이다.
요즘들어 생각하는 것이, 이 사건이 잊혀지기 전에 나도 뭔가 행동으로 나서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특정 정당이나 단체에 가입하여, 이 사건을 무마하고자 하는 치들에게 압박이라도 줘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까지 한다. 그것이 실제로 가능할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될지도 잘 모르겠는데 말이다. 솔직히 생각뿐이고, 그저 모든것이 막연하기만 하다.
여튼 분양소에서 괜히 짠해져서 광화문역까지 걸어가봤는데, 청계광장을 수놓은 수많은 노란 리본 앞에 다시 가슴이 먹먹해졌다. 청계광장 근처에는 촛불시위를 준비하고 있는 한 무리가 있었고 자금을 모금받고 있길래, 지갑을 털어서 전재산 3만원을 넣어놓고 왔다. 나도 참여해야 하는데 참여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하며.
아직도 차다찬 바닷속에서 나오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지 계속 고민해나가고 실행할 방법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20140507 추가. 마침 이제는 곧 닫게 될 운명인 SNS인 미투데이에서 내 기분을 잘 대변하는 글을 하나 봤길래 그 글을 업어와봤다.
원문 링크. 미투데이 자체는 올해 6월 30일에 서비스가 종료되기 때문에 굳이 스크린샷도 한장 찍었다.
내가 근처에 있는 분향소에서 분향 한번 한다고 했을때, 그것은 내가 순수한 마음에서 애도를 표하는 것인지, 단순히 내 불편한 마음을 조금 덜자고 하는 것인지 내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이런 마음으로는 진심으로 애도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시청광장을 지나치면서도 애써 외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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