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키군의 다락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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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과 제이크의 어드벤처 타임

요새 거의 혼을 팔아서(…) 보고 있는 애니메이션, 핀과 제이크의 어드벤처 타임(Adventure Time with Finn and Jake). 일견 병맛 판타지 애니메이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흡입력 있는 멋진 애니메이션이었다.

시즌 3 즈음부터는 알듯 말듯 떡밥을 흘려놨다가 나중에 멋지게 떡밥을 회수하는 모습도 보여주지만, 그런 얘기를 하려던 것은 아니고… 위에도 적었듯이 이 애니는 일견 말도 안되는 병맛 설정으로 가득찬 카오스 애니메이션으로 보이지만, 사실 이 애니는 버섯 전쟁(Mushroom Wars)라고 불리우는 핵전쟁 이후 수많은 생물들(사실은 거의 모든 생물들)이 사멸하고 그 후로부터 1,000년 뒤가 배경이라는, 생각 이상으로 암울한 배경 설정을 가지고 있다.

시즌 5 즈음부터는 슬슬 가벼운 병맛 내용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이 세계의 과거 모습이라던지 하는 어두운 내용도 나타나고는 한다.

개인적으로는 Too Old 에피소드에서, 선한 흰 Lemongrab이 외치는 절규와, 네가 우리의 희망이라는 듯한 레몬들의 표정이 인상깊었다.

레몬 형제들, 멈춰! 멈추고 내 말을 들어봐!
대가가 너무 컸어. 하지만 이것으로 난 배웠다.
레몬이 살기 위해서 다른 레몬을 쥐어짤 필요는 없어.
레몬홉, 계속 가! 강해져서 우리에게 돌아오렴! 어서 가!

그 이후 시즌 5의 마지막인 Lemonhope 에피소드에서는 Lemonhope이 검은 Lemongrab을 산산조각 내서 Lemon Castle의 레몬들을 모두 해방시켜 준 뒤, 어느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를 누리기 위해 Candy Kingdom을 떠난다. 이때 Princess Bubblegum이 Lemonhope을 위한 노래를 불러주는데, 이게 상당히 절절하다.

Young Lemonhope, born from candy and glue,
(어린 레몬홉, 캔디와 풀에서 태어났네)
creator of beauty and ugliness too.
(그것은 바로 아름다움과 추함의 창조자)
Poor Lemonhope, I found you in the dark,
(가여운 레몬홉, 어둠 속에서 너를 발견했지)
you lived in the bathroom now live in our hearts.
(넌 화장실에서 살았지만, 지금은 우리의 마음 속에서 살지)

Sweet Lemonhope, freed by hard sacrifice,
(사랑스러운 레몬홉, 가혹한 희생에서 풀려났네)
to live in the kingdom of sugar and spice.
(설탕과 향신료의 왕국에서 살기 위해서)
Lost Lemonhope, longed for freedom above.
(길 잃은 레몬홉, 무엇보다도 자유를 원했지)
compassion or friendship, wisdom or love.
(동정심이나 우정, 지혜나 사랑보다도 더)

Strong Lemonhope, risking freedom and health,
(강인한 레몬홉, 자유와 건강을 걸고)
came back for his brothers and for himself.
(자신과 형제들을 위해 돌아왔다네)
Safe Lemonhope, no more will you roam,
(안전한 레몬홉, 넌 더이상 떠돌지 않을거야)
once you were lost and now you’re back home.
(넌 한때 길을 잃었지만, 집으로 돌아왔다네)

특히 Too Old 에피소드를 보면, Lemonhope은 처음에는 음악을 싫어하는 검은 Lemongrab에 의해 화장실에 갖혀있었다.

Lemonhope은 처음에는 화장실에 갇혀있었다

Lemonhope은 처음에는 화장실에 갇혀있었다

위 PB의 노래를 보면 3절 가사는 《Safe Lemonhope (안전한 레몬홉)으로 시작하는데, 저 가사를 듣자마자 화장실에 갇혀있던 Lemonhope이 생각나서 순간 울컥했다… 게다가 《once you were lost and now you’re back home (넌 한때 길을 잃었지만, 집으로 돌아왔다네)》하는 가사와 함께 침대에 누워 미소짓는 Lemonhope을 보면 정말로 울컥한다.

그나저나 맨 위에도 적었지만, 사실 이 애니의 세계관은 핵전쟁으로 인해 세상이 멸망한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인데, 기승병병 전개(…)에 가려서 잘 눈에 띄지 않지만 가끔씩 대놓고 “이 애니는 원래는 이런 설정이었단 말이야”하고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있어서 섬칫할때가 있다. 그리고 위의 Lemonhope 에피소드의 마지막 장면도 그런 부류다.

사실 PB의 노랫소리를 배경으로 길을 걷는 Lemonhope의 영상에는 아래와 같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1. 엔딩에서 등장하는 Lemonhope의 머리카락은 어릴때의 그 짧은 머리카락이 거의 자신의 키만큼이나 자랐다. Candy Kingdom을 떠나면서 Lemonhope이 한 말인 “수천년 안에는 다시 보겠죠”라는 대사와 맞물려 생각하면, 수천년, 적게 쳐줘도 수백년은 지났을 거라는 추측을 해볼 수 있다. 물론 레몬들의 성장 속도가 작중 묘사되지 않기 때문에 근거는 좀 떨어지지만, 사실 이것 외에도 여러가지가 많은 시간이 흘렀음을 암시하고 있다.
  2. 처음에 늙은 Lemonhope이 바라보고 있는 나무는 사실 Finn과 Jake가 살던 나무집의 집터이다. 집과 같은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나무는 구름을 뚫을 정도로 길게 자랐는데, 그만큼의 긴 시간이 흘렀음을 의미한다.
  3. Finn과 Jake의 집터에서 바라봤을때, 왼쪽에서 보였어야 할 Ice Kingdom의 모습이 흔적도 없다. Finn과 Jake의 집터 이미지. 왼쪽을 보면 얼음으로 둘러쌓인 Ice Kingdom의 모습이 분명히 있다.
  4. 늙은 Lemonhope이 Finn과 Jake의 집터 이후 간 곳은 Candy Kingdom이다. 과학이 상당히 발전한 모습과 폐허가 된 모습에서 눈치채기 힘들수도 있지만, 화면 한가운데에 Princess Bubblegum이 생활하던 Candy Castle이 보인다.
  5. 이후 찾아가게 되는 곳은 건물의 모양이나 문에 그려진 레몬을 봐서는 Lemon Castle인데, 폐허가 된 Candy Kingdom도 그렇지만 Lemon Castle에도 이미 아무것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6. 늙은 Lemonhope이 가슴에 메고 있는 것은 단순히 여행을 위한 물통으로 볼 수도 있지만, 생명 유지장치로도 볼 수 있다. (사실은 설명이 없기 때문에 정말로 물통일수도 있긴 하다)

이런 사실들을 종합해 봤을때, 어린 Lemonhope이 Candy Kingdom을 떠나고 다시 수백~수천년 뒤에 Finn과 Jake가 살고 있는 Land of Woo에는 핵이나 그에 준하는 대재앙이 다시 발생했고, 그로 인해 거의 모든 생물들은 몰살당하고 늙은 Lemonhope만 살아남은 것이 아닐까… 하고 추측해볼 수 있겠다. 파보면 파볼수록 암울한 배경 설정이다.

ps. 그나저나 참조링크 Adventure Time Wiki. 영어로 되어 있지만, 어탐의 세계관 설정이나 등장하는 노래의 가사 등 수많은 정보가 있다. 특히 이 애니의 대본(transcript)이 거의 다 수록되어 있다는 점이 매력. 이 애니의 이스터 에그인 달팽이(…)의 위치도 전부 표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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